한진중공업사태, 강도질이 도덕인가??

강도질이 도덕인가?거지의 도덕보다 못한 것들이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부도덕한 행위”로 몰고 가고 있는 진보 진영의 행태에 구토가 치밀어 오른다. 한진중공업은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회사이다. 수주량 0에, 세계 조선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화된 기업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형 조선사가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은 고부가가치 배를 만드는 길 밖에는 없다. LNG 운반선, 혹은 LNG 일관생산특수선(FPSO)와 같은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길 밖에는 없다. 임금이 높기 때문이다. 대형 조선사의 경우, 초과근무(OT)를 계산하면 평균임금이 7천 만 원 이상 될 게다. 중국이나 다른 개발도상국의 추격을 견뎌내면서 이 같은 임금수준을 유지하려면 고급화하는 수 밖에 없다. 기술수준 및 부가가치를 높이느냐 아니면 구조조정 하느냐? –두 개의 방법 밖에는 없다.
물론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은 좋은 일이 아니다. 한진중공업이 조선 분야에서 세상에 없는 획기적 기술을 확보했더라면 경영층도 뿌듯했을 것이고, 주주도 만족했을 것이고, 노동자도 신이 났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는 반드시 승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패자도 있을 수 밖에 없다. 그게 세상 이치이다.
한진중공업은, 회사가 거덜나서 임금도 제대로 못 줄 지경에 이르기 전에,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희망 퇴직자를 받고, 퇴직금을 지급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이 당연한 일을 하지 못 하고 주저앉는 회사도 많다.
그럼에도 지금 진보 진영이 사람들은 한진중공업의 이러한 선택이 마치 ‘악’이며 ‘부도덕’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경영을 잘 못 했으면 경영층이 책임져야지 왜 노동자를 해고하는가?” “경영을 잘 못 해 놓고도 174억원을 주주배당 하는가?” 이제 이 애처롭고 도덕적인 주장이 얼마나 흉악한 날강도 주장인지 하나 씩 살펴보자.
1. 경영층이 책임지지 않는다고?
경영을 잘 못 하면 경영층이 책임져야 한다. 맞다. 기업 경영이 순조롭지 않을 때 경영층이 져야 할 가장 무거운 책임은, 기업을 닫고, 사람을 해고하는 일이다. 지금 한진중공업 경영층은 바로 그 <책임>을 지고자 하는 것이다. 체불임금이 없고, 체불 퇴직금이 없다는 것은 그 <책임>을 제대로, 잘 지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진보 세력은 도대체 무엇을 주장하고자 함인가? 기업에게 구조조정할 힘과 자유가 없다고 말하고 싶은가? 회사 경영 내용과 상관없이, 세계 최고 수준의 임금이 계속 지급되는 “꿈의 직장”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가? 당신들이 기업을 일으켜서, 그런 조건을 한 번 실천해 봐라!
2. 174억 원을 챙겼다고?
기업은 실제 현금 흐름과 상관없이 ‘적정 규모의 이익이 난 것’으로 회계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배를 2천억원 어치 수주해서 선금 5백억원을 받고, 1천 5백억원을 들여 만들었다고 치자. 그런데 이번 세계 금융공황 와중에 발주자가 부도가 나고, 배값이 급락해서 아무도 이 배를 인수하는 곳이 없다고 치자. 무려 1천억원이 이 배에 묶인 것이다.
기업은 이를 당장, 성급하게 손실 처리하지 않는다. 그냥 ‘자산’으로 잡는다. 회계 장부 상에는 기업이 동원한 현금 1천억원 및 선금으로 받은 현금 5백원이 사라지고, 대신에 ‘완성품 배 1,500억원’이 잡힌다. 회계 장부 상에는 아무런 손실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손실은 2,3년 후 이 배를 헐값에 처분할 때에 반영된다.
 
 100년 만의 세계공황을 거치면서 한진중공업에는 이런 식의 ‘숫자 상의 이익 유보금’이 꽤 쌓여 있었을 것이다. 이 ‘숫자 상의 이익 유보금’을 마치 주주들에게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배당한 것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주주들은 회사로부터 돈을 빼 간 적이 없다.
이렇게 ‘숫자 상의 이익’이 쌓이는 경우, 이를 회계장부에서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 중의 하나는 ‘주식 배당’이다. 주식으로 주었으니까, 회사 돈이 빠져 나간 바 없고, 주주에게는 일단 배당으로 나누어준 것이 되기 때문에, 회사 장부를 우스꽝스럽게 만들었던 ‘숫자 상의 이익유보금’이 사라지게 된다.
한진중공업 노조야말로 이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 고 있을 게다. 그럼에도 이른바 ‘진보’ 단체들에게 “경영층이 무려 174억원이나 배당받아 갔다. 부도덕한 놈들이다”라고 울부짖었을 게다. 이것은 살인강도가 이렇게 부르짖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 돈은 원래 내 것이었다. 나는 이 돈을 빼앗아 갔던 놈에게 칼을 대고 내 물건을 찾은 것 뿐이다. 그런데 이 멍청한 놈이 자기 몸을 칼 위에 들이밀어 스스로 찔리고 말았다. 하필이면 동맥이 끊어져 즉사했을 뿐이다.”
정리해고를 당한 근로자의 입장에서 회사에 항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행위에 대해 “우리는 정당하고 도덕적인 진영이고 너희는 부도덕한 도둑놈들이다”라고 말하기 시작하면 스스로 <게임의 규칙> 전체를 망가뜨리는 작태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이른바 진보 언론, 진보 지식인이 나서서 ‘도덕’을 부르짖기 시작하면 이는 이미 도덕이 아니다. 강도질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두고 “경영자들이 부도덕하다”고 말하는 것은, 한마디로 회사의 정상적 회계처리마저 하지 말라는 소리이다.                                   
                                                                                                      -강재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