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脫호남” 선거땐 “도와달라.

평소에는 “脫호남” 선거땐 “도와달라.
대북송금 특검 뿌리깊은 반감
호남민심 文대표 실망감 반영

4·29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DJ) 가신 그룹인 ‘동교동계’가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지원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동교동계는 호남과 구 민주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가신 그룹인 친노 세력과 함께 새정치연합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다. 당내 주류는 실질적으로 친노 그룹이지만 DJ 가신 그룹인 동교동계가 당의 뿌리인 호남 민심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동교동계가 지난달 31일 국립 현충원의 DJ 묘역 참배를 마친 뒤, 권노갑 상임고문의 새정치연합 후보 지원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또 5일 오전 예정됐던 새정치연합 상임고문 간담회가 무산된 것은 임채정 전 의장 등의 일정 문제도 있었지만 동교동계 인사들의 강력한 요구로 권 상임고문이 모임 연기를 요청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교동계의 이러한 움직임은 문재인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당내 친노 세력과 ‘일전’도 불사할 수 있다는 의지로도 읽히고 있어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동교동계가 그동안 야권 현안에 일정 거리를 두면서 당내 친노 세력에 대해 비판적 지지 입장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최근 움직임은 극히 이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친노 그룹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열린우리당 창당과 대북송금 특검에서 시작된 불신은 이후에도 총선 공천 및 당내 역학구도 등을 둘러싸고 더욱 심화됐다는 것이다. 선거 때만 호남을 찾다가 선거 이후에는 ‘탈 호남’을 외치는 친노 세력에 대한 배심감도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 전당대회 대표 경선 과정에서 박지원 의원을 도운 동교동계와 문재인 의원을 지원한 친노 그룹과의 충돌도 최근의 사태를 키운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서울 관악 을 후보 경선에서도 동교동계가 지원한 김희철 후보가 친노 주자인 정태호 후보에 여론조사에서 간발의 차로 석패,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하지만 동교동계 움직임의 근간은 호남 민심에 있다는 분석이다.

두 번이나 정권 창출에 실패하고도 뚜렷한 혁신이나 비전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새정치연합과 친노 그룹에 대한 호남 민심의 실망감과 반감이 깊고 크다는 것이다. 지난 2·8전당대회 대표 경선에서 당내 최대 계파의 수장인 문재인 의원에 맞서 호남 주자인 박지원 의원이 초박빙 선전을 펼친 원동력이 됐으며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주승용 의원의 1위 당선도 이끌어냈다.

정동영, 천정배 전 의원의 출마도 반(反) 새정치연합 기류를 보이고 있는 호남 민심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 동교동계가 호남 민심을 토대로 문재인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친노 그룹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호남 민심의 지지 없이는 4·29 보궐선거에서 단 한 곳의 승리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문 대표로서는 난감한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문 대표가 오는 7일 국립 현충원의 DJ 묘소 참배를 통해 동교동계 인사들에게 4·29 보궐선거 지원을 당부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동교동계도 적전 분열이라는 정치적 부담이 있는 만큼 문 대표의 요청을 명분으로 새정치연합 후보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동교동계와 친노 그룹의 갈등이 수습된다 해도 호남 민심이 과연 이를 받아들이지는 미지수여서 4·29 보궐선거는 막판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