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거제 사내협력社 3만2000명 "내가 먼저 잘리나

울산·거제사내협력社 3만2000명 "내가 먼저 잘리나.." 불안감 엄습

사내협력업체 체임·4대보험도 못내
식당·노래방은 적막뿐…상권 초토화
회사 주변 원룸 빈방 넘쳐나고

근로자들 좋을때 대처못한 경영진탓도

회사가 (감원설을) 흘려 이번 기회에 확실히 구조조정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작년에도 노조가 반발했는데도 많이 짤랐다. 아마 이번는 엄청나게 인력감축할 것이다”

대규모 감원설이 퍼진 지난 22일. 현대중공업 플랜트사업본부 인근에 울산시 방어동의 한 식당에서는 점심시간에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한참 잘나갈때 경영진들이 잘못하고서, 회사가 어려워지니까 현장에서 수천명을 짜른다는 게 말이 안된다. 1분기 매출도 흑자가 났다면서 회사가 너무한거 아닌가?”

국내 최대 조선산업지역인 거제시. 정부의 조선업종 구조조정안으로 조선 ‘빅3’ 통폐합설이 나돈 거제시 옥포1동 대우조선해양 오션플라자 인근 식당가는 금요일 주말인데도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조차 찾기가 쉽지 않았다. 술집과 노래방은 손님들이 눈에 띄게 줄어 문을 닫는 곳이 늘었다.

협력업체 감원설이 퍼진 거제시 장평동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인근 식당가도 마찬가지. “안전, 안전, 환경, 환경하면서 삼성전자식 혁신을 해야한다고 할때는 언제고, 이제는 손쉽게 협력업체 직원들부터 자른다니. 지난해부터 협력업체 직원들이 많이 줄었는데 1만2000명을 또 줄이라면 말이 않되지.” 삼성중공업 사내 협력업체 직원들로 보이는 근로자들이 저녁식사를 하면서 절망적인 현실을 원망했다.

울산과 거제지역 조선산업 근로자들, 한때 세계 최강 조선국가의 주역으로 자부심이 높았던 이들. 국가와 언론도 이들의 공로를 한껏 추켜세웠다.

하지만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현재 이들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토론을 벌이는 공통 이유는 ‘감원설’ 때문이다. 인력을 감축해서 사업구조를 재편하겠다는 회사측의 계획이 흘러나오자 이에 대한 반감에서다. 감원은 결국 근로자들의 입장에선 평생, 목숨과도 같은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안전모와 마스크 사이로 보이는 근로자들의 눈빛에선 불안감과 경계를 알리는 시그널이 감지됐다. 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오면서도 가족들과 문자를 주고 받으며 괜찮을거라고 다독인다. 가족들이 대규모 인력 감원이 곧 있을거란 괴소문에 걱정스런 문자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한계에 봉착한 조선업에 대한 정부와 채권단의 구조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거제와 울산에는 구조조정의 검은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