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통제 장치는 어디에

한나라당이 23일 내놓은 ‘대학등록금 부담완화 종합대책’은 2014년까지 올해 등록금 총액인 14조5000억원의 30% 정도를 감면하기 위해 6조8000억원의 나라재정을 투입한다는 대책이 포함돼 있지만,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등록금 액수를 제한하는 근본 대책은 빠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대학들이 한나라당의 대책을 수용하도록 하기 위한 방안 역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 내년 체감 등록금 인하율은 8.7%에 불과 한나라당은 당장 내년에 나라재정 1조5000억을 투입하고 5000억원의 대학 장학금을 유도해 고지서에 찍히는 등록금 액수를 15% 이상 인하하기로 하고, 2013년과 2014년에는 나라재정만 각각 2조3000억원, 3조원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시립대 연간 평균 등록금인 768만6000원(국립대는 440만원)을 한나라당이 밝힌 인하율에 그대로 적용하면, 2012년 653만3100원(국립대 374만원), 2013년 584만1360원(국립대 334만4000원), 2014년 538만200원(국립대 308만원)까지 등록금을 인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내년에 투입할 1조5000억원 가운데, 고지서상 등록금 인하에 투입되는 돈은 1조3000억원이고 이 가운데 3000억원은 대학이 자발적으로 등록금을 인하했을 때 인센티브로 쓰겠다고 밝혀, 대학들이 등록금 인하 정책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실제 투입되는 비용은 1조원 정도가 된다. 올해 대학 등록금 총액 14조4000억원에서 장학금 3조원가량을 빼고 학생들이 실제로 부담하는 등록금을 11조4000억원 정도로 봤을 때, 1조원이 줄면 모든 계층 학생들의 체감 등록금 인하율은 8.8%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 등록금 액수 상한제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등록금의 추가 인상을 억제하는 ‘등록금 액수 상한제’와 같은 근본 대책이 없어, 등록금 부담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유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1년부터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가 실시됐으나, 올해 등록금 인상 상한선은 5.1%로 지난 10년간 시립대 평균 인상률과 비슷하고, 지키지 않을 경우에 대학을 제재할 방안도 없습니다. 또 올해 전국 180개 국공립대의 등록금을 대학정보공시 시이트인 ‘대학알리미’를 통해 분석한 결과, 이 중 114개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했고 절반 가까운 56곳이 3% 이상 인상했다. 이런 추세로 2014년 이후 시립대가 다시 매년 평균 5%씩 등록금을 인상하면 앞으로 10년 뒤인 2021년 등록금은 다시 2011년 수준인 757만482원을 회복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반값 등록금을 요구해온 시민시회단체는 ‘등록금 액수 상한제’ 도입을 제안해왔다. 등록금액 상한제는 기존의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와 달리 등록금 액수 자체의 인상을 제한하자는 것으로, 이미 안민석 민주당 의원과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2008년 국회에 법안을 제출했다. 안 의원은 등록금 상한액을 기준액(4인 가구 월평균 최저생계비의 3배 이내)의 1.5배를 넘지 않는 범위로 제한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권 의원의 법안도 연간 대학 등록금을 직전 3년간 전국 가구 연평균 소득액 36분의 1 이하로 책정하도록 했다. 임희성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등록금 대책을 2014년까지만 하고 끝내서는 안 된다”며 “한나라당 대책에서는 고등록금을 유지해온 법제도의 개선을 통해 저등록금 정책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시립대 통제 장치는 어디에 한나라당의 대책에는 교비회계 적립금(9조원가량)과 법인회계 적립금(1조원가량) 등 적립금을 10조원가량 쌓아 두고 있는 시립대 등 대학이 당의 정책을 따르도록 할 대책도 마련돼 있지 않다. 한나라당은 6월 국회에서 시립학교법 개정과 시립대학구조개선법 제정, 국립대학 재정회계법 제정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근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이날 ‘등록금 대책에 관한 의견 표명’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 “대학이 자체적으로 교내·외 장학금을 확충해 학생들의 실질적 등록금 부담을 완화할 것이고, 경제적 곤란으로 학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혜택이 갈 수 있도록 장학금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적립금 추가 투자나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 방침은 담겨 있지 않았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교육학)는 “시립대가 법정전입금을 내도록 한 현재의 시립학교법도 정부의 제재 조항이 없어 대학들이 따르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고등교육에 지속적으로 재정을 투자하도록 하기 위해선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