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하나도 안감동스럽던디???

안철수-박원순 단일화, 감동 뒤에 남는 찝찝함은서울시장 후보로서 출마 선언·정책 공유도 없이 이벤트만 벌인 꼴 “서울시장 선거에 관여하지 않겠다. 원래 출마 선언도 안했다. 자격 있는 분이 출마 의지도 강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7일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선언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내용이다. 그리고 이튿날 박 변호사는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안 원장이 저한테 몇 마디 물어본 다음에 너무 갑자기 조건없이 ‘저는 양보하겠다’고 얘기해서 사실 놀랐다”고 말했다. 안 원장의 조건 없는 사퇴가 정치권에선 ‘6일간의 해프닝’ 혹은 ‘아름다운 양보’ 등 갖가지 해석을 낳고 있지만 정작 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젓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혹자는 “그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뜨악한 반응부터 “안철수 원장의 신선한 도전이 좋아 보였는데 실망했다”는 의견까지 오히려 복잡다단한 정치전략이 느껴졌다는 지적이다.

◇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이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단일화 협상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한뒤 포옹하고 있다. 안 원장은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function photoSiz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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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라는 지자체가 갖는 상징성이 큰 데다 산적한 현안도 많은 상황에서 일주일간 국민의 귀와 눈이 쏠리게 만든 일에 정책 얘기는 한 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는 실망감도 크다. 이런 평가는 안 원장과 박 변호사 두 사람의 단일화 선언이 전격 발표된 직후 박 변호사와 한명숙 전 총리의 단일화 선언까지 이어지면서 무엇인가 사전에 짜여진 각본이 존재했을 것이라는 짐작을 낳게 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차기 대선을 노린 안 원장 측의 고도의 정치적 셈법’이라거나 혹은 ‘박 변호사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야합’에 안 원장이 무릎을 꿇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상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두 사람의 단일화 선언은 먼저 각각의 출마선언 이후 양 후보의 철학과 비전 제시를 통해 내려진 결정이 아니라 정치권과 언론마저 함께 놀아난 정치 이벤트에 불과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루는 과정은 사실 정책 공조의 의미가 크다. 여기에 지지 세력의 의사를 타진하면서 공동의 정치 세력화를 이뤄가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 특히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이전 시장이 추진하던 시정을 마무리해야 하는 측면에서 오히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보다 더 막중한 과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단일화의 배경과 내용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채 추후에도 안 원장의 서울시장 선거운동 여부나 안 원장의 내년 대선 출마 등의 궁금증을 남기고 있어 그동안 젊은이들의 멘토로 각광받던 안철수 원장의 진정성마저 의심받는 상황이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시 공무원은 “마치 깜짝쇼처럼 단일화 선언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서울시 공무원이자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롱당하는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이 공무원은 “야생의 싸움 같았던 지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치르면서 기존 정당에 실망이 컸던 탓에 처음 안철수 원장이 거론될 때 신선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시에 대한 비전 제시나 정책 하나 내놓은 것 없이 서로 잘 할 것 같다며 자리양보 하는 모습을 보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 1일 오마이뉴스가 안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첫 보도한 뒤 이를 모든 언론들이 일제히 받아쓰면서 촉발됐다. 이후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니 정쟁만 일삼는 정당에 대한 염증이니 하는 말들 사이에 서울시의 비전은 묻혀버렸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후 권영규 권한대행 체제로 가동된 서울시는 여전히 서울시의회와 무상급식 예산을 놓고 갈등 중이다. 시의회에서 가결한 급식 조례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오는 12월로 예정돼 있어 이런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시의회는 지난달 29일 열린 임시회에서 ‘한강르네상스 특혜 및 비리규명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과 특위 위원 선임안을 가결, 해당 사업에 대한 검증 작업을 벌일 계획으로 그동안 오세훈 시장이 벌여온 서해뱃길, 한강예술섬 사업 등이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에 놓였다. 이와 함께 검찰에서 선거후보 매수 의혹 조사를 받고 있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구속기소 될 경우 서울시교육청마저 부교육감 권한대행 체제로 갈 수 있어 행정 공백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희경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실장은 “이번 사태는 정치권에 대한 막연한 쏠림이나 막연한 거부 현상이 드러날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정책없이 인물로 승부하는 선거로 치닫게 될 경우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검증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전 실장은 “기존 정당의 정치싸움에 대한 염증이 새로운 인물의 인기에 반영된 측면이 있어 기성 정치인들은 각성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면서도 “이번 서울시장 보선이 중요한 만큼 언론은 유권자들에게 후보자의 정책능력을 점검할 수 있는 차분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김소정 기자]